바둑2013.10.28 20:18

어제 대학바둑축제가 우리 학교에서 열렸다.

늘 일반부에 참가해 왔는데, 이번엔 우리학교에서 하니까 나 없어도 팀이 잘 짜일 것 같아서 패왕전에 도전해 보았다. 목표는 1승!


결과부터 말하자면 목표는 달성했다. 1승 4패로...ㅋㅋ. 너무 정확히 목표만 달성한 것이 조금 아쉽다. 네번째 판은 중반까지 할만한 형세였던 것 같은데, 초읽기라 계가도 안되고 끝내기에선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자꾸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고... 계가해보니 6집 반이라는 적지 않은 차이였다. 상대는 명지대의 이선아라는 분이었는데, 오로바둑 기사에서 많이 본 분이다. 지지옥션배나 내셔널리그같은 대회에 참가한 분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이기고 싶었다. 이기고 부원들한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좀 있었던 것 같다 ㅋㅋ. 물론 내 실력에 이정도까지 버틴 것만 해도 선전한 거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첫째 판을 빼면 모두 5분 20초 2회의 초속기로 뒀는데, 이런 대회에선 빠른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어쨌거나 내겐 아쉽다. 초읽기 몰리고부터는 바둑을 두는 것 같지가 않다. 시간이 많을 때는 전체적인 작전을 어떻게 짤 것인가를 주로 고민하게 되는데, 속기로 가면 그런 깊은 생각이 사라지고 순간적인 판단력만이 남는다. 마치 삼국지 시리즈같은 턴제 전략 게임을 하다가 갑자기 게임이 스타크래프트같은 실시간 게임으로 바뀌는 느낌이랄까(물론 삼국지는 깊은 생각이 필요한 게임은 아닌 것 같지만). 평소에는 승부욕도 없고 대충 두니까 상관이 없는데 이런 대회에서 정말 진지하게 두는데 초읽기 몰리면 승패와 관계없이 일단 짜증이 난다. 제한시간이 한시간만 되면 좋을 것 같은데 아마추어 대회에선 이정도는 기대하기 힘든 것 같다.


또 아쉬운 점은 대회에 명지대, 세한대생만 잔뜩 있다는 점. 걔네들이 잘 두니까 어쩔 수 없지만 대회가 걔네들 잔치처럼 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패왕부는 대회 목적상 정말로 어쩔 수 없지만, 일반부에서도 명지대판이 되는건 좀 아쉽다. 이번 대회는 일반부에 참가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명지대가 여러 팀 나와서 싹 쓸어가는게 일반적인 대회 양상이 되어가고 있다. 다른 대학생들은 그저 취미로 즐기는 것이고 명지대와 세한대는 어쨌든 바둑학과 소속이라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걔네들의 대회 참가를 패왕부로 한정하는 것과 같은 제약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걔네들이 다 잘두는 건 아닌데다 바둑학과는 프로 육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과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 학과에 있는 연구생 출신의 실력자 수만 봐도 준프로 집단으로 생각하기 충분할 정도니까. 여담이지만 나는 서연고명 교류전에서도 명지대를 빼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비교적 소소한 불만이고, 이번 행사에서 정말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은 18급부가 사라진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작년까진 있었는데 대체 이걸 왜 없앴는지 모르겠다. 이 행사는 대학바둑 '축제'라는 이름을 내세운 이상 바둑과 관련된 모든 대학생이 참가할 수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해야 하고, 18급부는 그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사기급수 문제로 곤란해서 없앴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는데, 이 말이 맞다면 정말 멍청한 사람들이다. 문제 하나 해결하기 어렵다고 대회의 상징을 없애버린다니.


여러 불만을 늘어놓긴 했지만 대회 자체는 재미있었다. 역시 고수들과 두어야 배우는 게 많다. 바둑부에서 잘 두는 형들이 대부분 졸업하면서 실력자가 주는 바람에 예전에 비해 바둑 두는 재미가 줄었는데, 대신에 대회에서는 전보다 더 열심히 두게 되었다. 몇달 전 동문바둑대회 단체전에서 전승했는데(팀은 준우승) 이런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다섯 판 전부 기억나는대로 기록해 두었으니 나중에 기보도 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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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daihan
음악2013.08.2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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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새벽 -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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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길지 않아서 여운이 느껴지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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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edaihan
독서2013.04.28 03:31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 지정숙 옮김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누구나 한번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하는 식의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그건 너무나 고통스러운 생각이기 때문에 다들 나이를 먹으면 이 질문을 회피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가장 적극적인 행동은 종교를 믿는 일 같고, 그렇지 않더라도 죽음에 씌워진 치장이 얼마나 많은가.

작가가 그런 미화들을 비웃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을 어린아이로 설정한 점이나, '왜 사람은 안락사시키면 안되는가'하는 질문을 던지는 점에서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것도 결국 살기 위해서 만든 것 아니겠는가.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랑해야만 한다는 말로 책은 끝을 맺는다. 왠지 이런 결말엔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 역시 삶을 치장하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작가도 그런 생각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기에 처음에는 결말이 조금 의외였다. 하지만 '죽는 건 죽는 것이지만, 어쨌든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사랑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수긍이 간다. 물론 작가의 생각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정말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모두가 두려워서 피하고 싶은 그 질문에 계속해서 맞서지 않고서는 이런 글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을 보니 결국 이 책을 마지막으로 자살한 모양인데 어쩐지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책의 결말 부분의 몇 페이지를 적어둔다.


나는 세상 사람들을 벌주려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사람들에게는 말을 꺼낼 필요가 없는 것으로 생각되어 음식점에 가서 소시지를 잔뜩 먹었다. 내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로자 부인에게서 더욱더 나쁜 냄새가 났다. 나는 그녀가 좋아했던 삼바 향수를 한 병 모두 부어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의 얼굴이 덜 드러나 보이도록 내가 사갖고 온 온갖 색깔의 화장품으로 얼굴을 칠해 주었다. 그녀는 여전히 두 눈을 뜨고 있었고, 눈 주위로는 붉은 색, 초록색, 푸른 색이 칠해져 있었다. 그렇게 색칠해 놓은 것이 보기에는 덜 끔찍했다. 이젠 그녀에겐 더 이상 자연적인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유대인들이 늘 그렇게 하듯 일곱 개의 촛불을 켜놓고 그녀 옆 매트 위에 누웠다.

 

내가 양모의 시체 옆에서 3주를 보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로자 부인이 내 양모는 아니었으니까.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렇게 오래는 내가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내겐 더 이상 향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롤라 부인이 준 돈과 훔쳤던 돈으로 향수를 사려고 네 번 더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녀의 몸에다가 그 향수를 전부 뿌려주었고, 자연의 법칙을 감추려고 온갖 색깔들로 그녀의 얼굴을 색칠하고 또 색칠하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온몸은 형편없이 썩어갔다. 자연의 법칙에는 동정심이란 게 없으니까.


사람들이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를 보려고 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 나는 그녀 옆에 누워 있었다. 사람들은 사람 살려! 아이고 끔찍해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살아 있을 때는 냄새가 안 나니까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나를 앰뷸런스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내 호주머니에 있던 종이쪽지에서 나딘 아줌마의 이름과 주소를 찾아냈다. 전화번호가 적혀 있으니까 아줌마 집에 전화를 건 것이다. 사람들은 아줌마가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 사람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아줌마네 식구들이 모두 왔고, 아무런 부담도 없이 아줌마네 별장에 와 있게 된 것이다.


노망이 들기 전 하밀 할아버지가 사람은 사랑할 사람이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한 말은 옳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 집 식구들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가 없다. 두고보아야겠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같이 있자고 조르니까 얼마 동안은 같이 있고 싶다. 나딘 아줌마는 내게 세상을 거꾸로 돌아가게 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그것에 굉장한 흥미를 느껴, 온 마음을 다해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라몽 의사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가기까지 했다. 감정적인 가치가 있다는 이유 하나로 아르튀르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므로 내가 몸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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